일상

통삼겹살 반드시 에어프라이어에 튀겨야 하는 7가지 이유

 통삼겹살은 무조건 에어프라이어에 튀긴다. 맛을 떠나서 모든 과정이 압도적으로 편하다. 로봇청소기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센세이션을 에어프라이어에서 느낄 줄은 몰랐다. 문명의 힘이란!

 

 

 이 현대문명의 영험함을 경험한 입장에서, 통삼겹살 구울 때 에어프라이어를 써야만 하는 7가지 이유를 소개하겠다.

 

  1. 기름 튈 걱정이 사라진다
  2. 냄새 걱정이 사라진다
  3. 설거지할 필요가 없다
  4. 주변에 신문지 까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5. 고기 굽는다고 붙어있지 않아도 된다
  6. 요리사가 된다
  7. 마늘, 버섯 등 사이드도 버튼 한번이면 뚝딱 완성된다

 

 떠올려 보자. 

고기 굽는 내내 환기하고, 사방 팔방에 기름 튀어서 뜨겁고 따갑고. 무엇보다 바닥 미끄럽고! 바닥에 튄 기름 닦으려면 그냥 걸레로는 잘 닦이지도 않는다. 세제 조금 묻혀서 기름기 닦아내고, 물기 묻혀서 세제 또 닦아내야 한다.

  바닥이 끝일까? 환기구 주변, 가스렌지나 인덕션 주변에 지긋지긋하게 눌어붙는 기름때. 나중에 닦아내려면 정말 환장한다.

 

 위의 상황들? 나에게는 이제 안녕이다. 에어프라이어, 삼겹살이나 고기 구을 때 최선의 선택이다. 

 에어프라이어를 써야 하는 이유 중 3가지만 풀어서 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요리사가 된다. 이거 ㄹㅇ이다. 고기 구울 때 특별한 스킬이 없어도 에어프라이어에 구으면 자동 겉바속촉이다. 튀기듯이 구워라, 기름을 둘러라, 지방층부터 익혀라, 기름을 끼얹어라, 뭐 해라 뭐 해라.. 맛있게 삼겹살 굽는 방법? 다 필요 없다! 이런거 몰라도 그냥 공식대로 입력만 하면 최고의 맛이 출력된다.

 

 사이드도 한 방에 뚝딱이다. 이것도 진짜 편하다. 그냥 고기 구을 때 중간에 집어넣으면 끝이다. 돼지기름에 튀겨져서 감칠맛이 그냥 미쳤다. 마늘이나 버섯이나 겉부분이 갈색으로 살짝 타서 크리스피하게 바삭하게 된다. 그러면서 속은 아주 잘 익어서 씹으면 돼지기름의 풍미와 재료의 향이 섞여 그냥 극락이다; 다 먹고 나서 '아 통마늘 왜 더 안구웠지?' 하고 후회하게 됨.

 

 청소가 압도적으로 편하다. 바닥에 종이호일을 깔면 기름 대부분이 에어프라이어 바닥이 아니라 호일에 모이기 때문에 조리 후에는 호일만 버려주면 된다. 이 점이 바로 킹갓 에어프라이어의 진짜 장점이다. 바닥부분 만져보고 소름돋았다. 25분 동안 삼겹살을 구웠는데 에어프라이어 바닥은 새것처럼 깨끗했다. 바닥에 종이 호일 깔고, 집어넣고, 시간 맞추고, 한 번씩 뒤집어주면 끝. 6~7만 원으로 한 대 장만해 두면 고기만 구워도 본전 뽑는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구워먹은 과정을 소개한다.

※간단함 주의

1. 재료 도착

 쓱에서 24일 월요일 오후 7시쯤 주문했다. 25일 화요일 오후 6시에 우체국 택배로 접수되더니 26일 수요일 오후 4시에 집 문 앞에 도착. 역시 택배 중 택배는 우체국 택배다. 파손 걱정도 적고, 배송 속도도, 서비스도 최고다. 반박 시 택배 회사 알못.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채 배달 온 통삼겹살의 모습.
집 주소가 나와서 송장은 떼어 냈다.

 온라인으로는 고기를 처음 사 본다. 통삼겹살 500g에 10,150원이다. 여기에 배송비가 3000원. 4만 원 이상 구매하면 배송비가 무료라고 했지만 첫 시도부터 모험하진 않으려고 두 개만 주문했다. 모험해볼 걸 그랬다. 상품 자체에 딸린 쿠폰인지 기타 할인을 조금 받아서 두 개 가격이 19,286원에 배송비가 붙어서 총 22,286원 되겠다. 배송비 포함해서 1kg에 22,286원이니까 100g당 약 2,300원 꼴이다.

 

스티로폼 박스 안에 커다란 아이스팩이 들어있는 모습.
고기 위에 커다란 아이스팩이 들어있다.

 2020년 8월 서울시 물가를 기준으로 보면 대형마트에서 냉장 생삼겹살이 보통 600g에 14,000원에서 20,000원 사이의 가격이다. 이를 감안하면 삼겹살 무게 단위당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가격차이는 별로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고기 두께다. 고기는 역시 두꺼워야 맛있는 거다!

 

아이스팩을 들어내자 드러나는 통삼겹살의 모습. 진공포장 되어있다.
진공포장 되어있다.

 대부분의 마트에 진열되는 삼겹살 중에는 이만큼 두툼한 게 없다. 저 육중하고 영롱한 자태를 보아라... 고기가 두툼해야만 진정한 겉바속촉 조리법을 적용할 수 있다. 승우 아빠, 고기 남자, 요리보고 조리보고  등 요리 전문 유튜버 분들의 영상을 통해 최고의 삼겹살 조리법을 배워버렸다 이말이야르! 영상에서 알려주기를, 고기를 다 굽고 난 뒤 5분 정도 레스팅 해 줘야 고기 안의 육즙이 골고루 퍼진다고 한다.

 

 한번은 속는 셈 치고 두꺼운 삼겹살을 다 구운 뒤 레스팅 하고 먹어봤는데, 오 이런 세상에! 겉은 바삭하게 익고 속은 보쌈처럼 야들야들했다.

 

 내 안에 존재하던 삼겹살 조리법은 에어프라이어를 통해 이 날 알을 깨고 나왔다. 

 에어프라이어로 기존의 세계를 깨뜨려 버린 것이다.

 

 정녕 내가 구운 삼겹살이 이 삼겹살이 맞냐는 마이야르 말이야르? 이 날 이후로 나는 레스팅의 매력에 빠졌고, 이렇게 통삼겹살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고기 색깔이 칙칙해 보이는데, 조명이 어두운 탓도 있고 업체에서 설명하기를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 진공포장을 하면 고기 색이 어두워 보일 수 있다고 한다. 포장을 뜯고 바깥에 두면 색이 금방 돌아온다고. 실제로도 그렇다. 칼집을 내려고 도마 위에 올려뒀더니 칙칙해 보이던 고기의 색이 금방 돌아와서 신기했다.

 

2. 조리 시작

통삼겹살을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180도에 10분 돌린 모습.
아아 영롱하다

 통삼겹살의 모든 단면에 소금과 후추로 간단하게 밑간을 한 뒤 에어프라이어로 직행했다. 180도 온도로 10분 굽고, 꺼내서 한 번 뒤집고 10분, 마지막으로 뒤집고 5분 더 돌렸다. 첫 번째로 고기를 뒤집으면서 통마늘을 15개 정도 고기 사이사이에 집어넣고 같이 구웠다. 마늘이 흘러나온 돼지기름에 튀겨져서 통마늘구이 풍미도 엄청났다. 처음 고기를 뒤집으면서 넣었던 마늘들은 삼겹살 꺼낼 때 같이 꺼내 줬다. 잘 익었더라.

 

 

 

에어프라이어 조리 완료 후 자르기 위해 통삼겹살을 도마 위에 올려둔 모습.
다 구운 뒤에 자르려고 꺼냈다.

 굽기 전에 비계 부분에 더 바삭하게 익으라고 칼집을 살짝씩 넣어 줬다. 다시 봐도 침 고인다. 냉장고에 아직 한 덩이 남았는데 조만간에 해치워 버릴 거다. 딱 기다려라.

 

3. 냠냠

통마늘과 함께 통삼겹살을 접시에 담아 낸 모습.
같이 구운 통마늘과 함께 담아낸 모습.

4. 후기

 맥주 꺼내서 뚝딱.

 오늘의 결론. 삼겹살은 통삼겹. 고기는 에어프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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