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단호박 에그슬럿 에어프라이어 실패 후기! 단호박 밤호박 미니단호박 미니밤호박 차이점 정리.

 실패한 후기를 누가본다고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지나가던 고양이가 캣캣 하고 웃고 나서 마저 지나갈 것만 같다. 하지만 실패란 성공의 어머니. 실패로부터 성공하는 방법을 배웠고, 나는 이제 단호박 에그슬럿을 실패 없이 만드는 방법을 깨우쳤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음부터 실패했다. 내가 분석한 실패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 단호박을 잘못 샀다.
  • 전자레인지를 썼어야 했다.

 아래의 요리 과정을 보면 위의 두 가지 요소가 어떻게 작용해서 실패한 건지 알 수 있다. 나처럼 착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르니 단호박 에그슬럿 처음 만들어 볼 분들은 내 요리과정을 보고 반면교사 삼으면 되겠다. 레쓰 기릿!

 

요리 했다.

뚜껑 따기

 먼저 속의 씨를 파 내기 위해 뚜껑을 따야 한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3분 돌린 뒤에 꺼냈다. 뜨거워서 깨끗한 행주로 고정하고 식칼로 썰어냈다. 그런데 이 때부터 느낌이 싸했다. 내가 참고한 요리 유튜버들은 분명히 전자레인지에 3분정도 돌리면 부드러워서 잘 썰린다고 하던데 이녀석 처음보다는 부드럽지만 여전히 너무 뻑뻑했다.

 

 당시 나의 당황이 그대로 느껴지는 저 정신없는 칼자국들을 보시라. 이 단단한 걸 어떻게 쉽게 썰 수 있다고 말하는건가. 요리 유튜버들이 여러가지 단단한 재료를 다루다가 실전 압축 팔근육을 갖게 것인가? 1년간 헬스를 해온 나의 팔은 풍선 근육일 뿐이었단 말인가?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은 혼돈의 카오스였다.

 

200도에서 10분

 결국 여기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꿰게 된다. 당시 나의 사고 과정은 다음과 같다.

'뚜껑 따는 것부터 너무 뻑뻑한데! 나중에 치즈는 금방 녹을 거고 계란도 금방 익을 것 같아. 아냐 멍청아! 단호박은 어짜피 익힐수록 부드러워 질테니까. 아냐 바보야!! 지금 먼저 충분히 익혀 보자.'

 

이 때 에어프라이어에 돌리지 말았어야 했다. S..T..A...Y...

 

에어프라이어로 10분 더 돌린 단호박.

 더 돌렸더니 역시 훨씬 부드러워져서 좋았다! 속도 숟가락으로 슥슥 긁으니까 잘 파졌다.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보길 잘 했다!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껍질을 보시라. 윗쪽 표면이 수포처럼 올라오고, 최상단에는 심지어 검게 타버린 모습이 지금에서야 보인다. 이 때부터 였나보다. 껍질이 질겨지기 시작한 건. 아무튼 에어프라이어를 통해 단호박 속을 부드럽게 만들어서 단호박 손질 단계를 해결할 수 있었다.

 

1차 단호박 속 채우기

 바닥에 모짜렐라 치즈를 깔고, 그 위에 날달걀 하나를 까 넣은 뒤 노른자를 터트리고, 그 위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준 다음 모짜렐라 치즈를 다시 얹어 주었다. 그렇게 했더니 위 사진처럼 공간이 한참 남는다. 뭐지 이 공간은... 생각보다 단단했던 단호박 뚜껑 따기 이후 두 번째로 당황했다. 텅 빈 공간이 마치 성악가들이 발성할 때 확보해 둔 입 속 공간 같았다. 분명 레시피 그대로 따라했는데 석굴암 본존불 내부도 아니고 도대체 저 공간감은 뭐란 말인가.

 

 조금 고민하다가 평소 나의 지론을 따라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치즈와 계란은 다다익선이지 ^^7'

2차 단호박 속 채우기

 똑같은 과정을 한번 더 반복했다. 그런데 아직도 공간이 남는다. 영상에서는 한 번만 해도 입구까지 차오르던데 이상했다. 하지만 이상함을 느껴도 이미 늦었다. 나는 강을 건너버렸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계란 두 개는 이미 깨졌다.

 

 이쯤에서 첫 번째 실패 요인 분석에 들어가겠다.

  • 단호박을 잘못 샀다.

 모든 실패의 시작점이었다. 단호박 사이즈가 크다 보니 3분으로는 충분히 부드러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왜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렸냐면, '단호박 에그슬럿 만들기'라는 유튜브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중에 실패원인을 분석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 분 제목은 그냥 '단호박' 에그슬럿이라고 하셨지만 재료 란에는 '미니' 단호박이라고 적어 두셨더라. 내 잘못이다. 요리 이름이 '단호박 에그슬럿'이니 당연히 주 재료가 단호박일 거라는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재료에 대한 나의 무지 또한 컸다. 미니 단호박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알아봤다.

 

단호박과 미니 단호박과 밤호박과 미니 밤호박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혼란의 소제목을 적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금방 정리해 주겠다.

미니 단호박과 일반 단호박 크기 차이.

 미니 단호박은 단호박의 1/4~1/3정도 크기다. 대충 주먹만한 사이즈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미니 밤호박은 단호박의 1/4~1/3정도 크기다.
또, 밤호박은 단호박의 1/4~1/3정도 크기다.

 

 그렇다. '미니 단호박 = 밤호박 = 미니 밤호박'이다. 셋 다 미니 단호박을 부르는 말이다.
네이버 사전에 검색해 보니 단호박을 당도가 높고 밤 맛이 나기 때문에 밤호박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이 말에 따르면 단호박이 곧 밤호박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검색 결과는 사전과 달랐다. 쿠팡. G마켓, 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몰에 '밤호박' 키워드로 검색하면 단호박이 아니라 미니 단호박이 나온다. 상품 설명에도 '미니 사이즈 단호박'이라고 적혀있다.

 

 블로그 검색 결과도 마찬가지로 밤호박을 단호박이 아니라 미니 단호박을 부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찝찝하네.. 그렇다면 실용적으로 접근해 보자.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밤호박을 검색하면 단호박이 아니라 미니 단호박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거대 밤호박이 에어프라이어에 들어간 모습.

 밤호박이 미니 단호박이니까, 단호박은 거대 밤호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 속을 채운 거대 밤호박의 뚜껑을 덮고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줬다. 200도에서 15분. 계란이 안 익었다. 10분 더. 계란이 아직도 안 익었다. 8분 더. 계란이 안 익었다.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돌려도 돌려도 속의 계란은 하나도 익지 않았고, 겉은 거뭇거뭇하게 타들어가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두 번째 실패 요인 분석에 들어가겠다.

 

  • 전자레인지를 썼어야 했다.

에어프라이어와 마이야르 반응

 에어프라이어의 본질적인 역할을 생각해 보자. 에어프라이어는 뜨거운 공기로 음식의 수분을 날리며 100도 이상의 온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도구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당과 단백질이 뜨거운 온도에서 노릇노릇하게 색이 변하는 현상이다. 식빵을 구우면 색이 변하는 것, 양파의 캐러맬라이징 반응, 삼겹살을 바삭하게 구울 때 겉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 모두가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마이야르 반응은 온도가 높을 수록 활발하게 일어난다. 표면에 물이 남아있다면 물이 100도에서 기화되며, 물이 기화되는 동안에는 온도가 유지된다. 즉, 온도를 높이는 데 물은 방해 요소이다. 때문에 에어프라이어는 음식의 수분을 날려서 온도를 100도 이상으로 올려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단호박 에그슬럿에 에어프라이어를 쓰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 두 가지가 여기 모두 들어있다. 에어프라이어는 겉면을 바짝 익힌다. 내 단호박 에그슬럿의 겉면이 타고 또 질겨진 이유이다. 그리고 에어프라이어는 겉면을 바짝 익힌다. 두꺼운 단호박 벽을 뚫고 속까지 열 전달이 제대로 안 된다. 그래서 속이 익지 않았다. 반면 전자레인지는 물 분자를 움직여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비교적 속까지 고르게 잘 익는다.

 

 더 이상 강행했다가는 시간도 요리도 다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노선을 틀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

진작에 전자레인지에
돌렸어야지!

 그렇게 안 익던 계란이 전자레인지에서는 귀신같이 금방 익었다. 하지만 껍데기의 식감이 저세상이다. 못 먹을 정도 까지는 아니었지만 너무 질겨져서 먹기 불편했다. 결국 숟가락으로 껍데기 안쪽을 파 먹었다.

 

후기

 실패는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새로운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다. 에어프라이어와 전자레인지의 구동 원리, 에어프라이어와 마이야르 반응의 관계, 단호박 밤호박 미니단호박 미니밤호박의 관계 등을 언제 파헤쳐 보겠는가?

 

 이제 두 번째 시도는 실패하지 않으리라. 집에 아직 단호박 한 개 남아있다. 이번에 살 때 두 개를 샀기 때문이다. 동네 마트에 애초에 미니 단호박이 없었다... 남은 단호박은 반토막 내서 재도전할 때 써 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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